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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7 (13:12:20)
<書評> 金明淑, 영어의 음변화(Sound Changes in English), 서울: 도서출판 夏雨, 2001, 323p.

박 영 배 (국민대학교)


음 변화 연구는 개별언어의 각 하위분야를 연구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연구에 속한다. 그만큼 이 연구가 다른 분야에 앞서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언어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해 왔으며 지금도 변하고 있다. 이처럼 쉴새없이 변하는 언어의 변화 원인을 설명하기란 그리 간단치 않다.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를 연구하는 방법으로 공시적인 방법과 통시(역사)적인 방법 등, 두 가지 연구 방법을 제시하고 주어진 각 시기에 대한 언어상태를 먼저 연구할 것을 주장하였는데,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언어상태를 연구할 때 역사적 요인을 개입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소쉬르의 공시론의 제시는 그 당시 언어연구에 있어서 방법론적 전환을 가져오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소쉬르의 이분법적인 구분은 그 경계가 분명한 것은 아니며 이 두 가지 연구 방법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음 변화 연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영어의 음 변화 연구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조화롭게 이용하여 영어의 음 변화사를 다룬 외국 문헌(Moore 1969, Welna 1978, Ekwall 1980)의 예를 보더라도 이들 문헌에서 공시와 통시의 관계가 얼마나 조화롭게 잘 나타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김명숙 교수가 국내 음운론 전공 학자로는 처음으로 쓴 ꡔ영어의 음 변화ꡕ에 나오는 목차를 대강 훑어보면 영어의 음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현상이 공시와 통시의 두 가지 관점에서 얼마나 조화롭고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목차를 읽다보면 영어의 음 변화를 연구하는 분야가 매우 흥미 있는 분야라는 생각을 하게될 것이고, 본문에 나오는 이해하기 쉽고 잘 정돈된 그러면서도 조리 정연한 글을 대하면서부터 저자의 설명에 스스로 빠져 들어가서 단숨에 읽게 되는 기쁨을 누리게될 것이다. 이런 부류의 책에서 흔히 저자의 전공 분야에 깊숙이 파묻혀 한 쪽으로만 치우치기 쉬운 음 변화 현상의 기술(記述)과 설명의 한계가 이 책에서는 마치 숫자와 도표를 차례로 풀어나가면서 다음 장면을 기대해보는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듯한 착각으로 상쇄되기에 충분하다. 영어의 음 변화를 이처럼 잘 정돈된 포장도로처럼 정리할 수 있는 기술은 글을 엮어 나가는 저자의 풍부한 강의 경험과 여성으로서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한데 어울러져 나온 결과인 것이다.서평: 金明淑, ꡔ영어의 음변화ꡕ


이 책은 영어의 음 변화에 대한 통시적인 고찰로부터 시작한다. 고대 인도의 문법가였던 파니니의 문법이 음성/음운 연구에 끼친 영향,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법에 엿보이는 음성학에 대한 이해 수준, 중세 라틴 문법에서 19세기에 등장한 젊은이 문법학자들의 음 변화의 규칙성 가설, 그리고 전통문법에서 생성문법 및 생성문법 이후에 이르는 장구(長久)한 역사의 흐름을 통해 음성/음운의 역사가 어떤 과정과 모습을 띠며 발전, 해석되어 왔는가를 대표적인 중심 인물과 업적을 통해 조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각 학파의 음변화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을 빠뜨리지 않고 요약해서 정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93년 이후 등장한 최적성 이론의 기본적인 틀 안에서의 음 변화에 대한 설명, 그리고 사회언어학과 언어접촉으로 인한 음 변화의 양상까지도 꼼꼼히 정리하고 있다. 특히, 1960년대 후반 언어연구에 있어서 공시성과 통시성을 연계하려는 시도에서 현대영어에서 보여지는 음 변화과정을 과거에 있었던 음 변화를 설명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회언어학자 러보브(Labov)의 새로운 시도를 소개한 것은 사회언어학의 연구성과가 역사음운론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적절히 나타낸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 부분은 역사음운론 연구의 한 단면을 요약하고 있으면서도 음 변화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경향도 소홀함이 없이 개관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제 2장에서는 음 변화에서는 당연히 다루어야 하는 음 변화의 원인과 종류 및 문헌을 통한 음 변화의 증거와 자료에 관해 간단명료하게 다루고 있다. 음 변화는 언어변화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변화에 속할 것이다. 언어변화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역사언어학자나 사회언어학자의 몫일 터인데, 영어사에서도 음 변화는 연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영어 발달과정에서 영어의 음 변화가 진행되어 온 과정을 통시/공시적인 측면에서 밝히는 일은 영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오늘날처럼 영어가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며 전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공통어(lingua franca)로 쓰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우리에게는 음 변화의 올바른 이해야말로 영어를 이해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제 3장에서는 고대영어에서 현대영어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영어의 음 변화를 공시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고대영어시기 이전의 음변화에 관해서는 인구어에서 게르만어로 오면서 자음의 규칙적인 변화를 체계화시킨 그림의 법칙(Grimm's Law)과 그림의 법칙에서 예외로 다룬 음 변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분석방법을 제시한 베르너의 법칙(Verner's Law)을 설명하고 있다. 베르너는 도이치 학자이므로 우리말 표기에 있어서 ‘베르너’보다는 원음에 가까운 ‘훼르너’라고 표기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독일어의 Vater는 ‘바터’보다는 ‘화터’로 표기하는 것이 원음에 더 가까울 터이므로). 저자는 각 시기별로 자음과 모음의 변화만을 기술하고 있는데, 이중모음(diphthongs)의 변화도 시기별로 포함시켜 기술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 가령, 고대영어 후기로 오면 고대영어 초기에 쓰이던 이중모음이 모두 단모음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그 빈자리(case vide)에 새로운 이중모음이 나타나서 쓰이게 되는데, 이것은 음절 경계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초기에는 /eg/, /ow/와 함께 나타나는 단어의 음절 구분은 blo-wan ‘blow’, we-ʒan ‘weigh’에서와 같은 것이었으나, 고대영어 후기로 오면 음절 경계가 이동하게 되고 그 결과, blow-an, weʒ-an과 같이 새로운 음절 경계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w/와 함께 쓰인 새로운 이중모음은 이 시기에는 수없이 나타나는데, 음절 경계로 생긴 이러한 음 변화를 시기별로 포함시켜 기술하는 일은 자음과 모음의 변화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제 4장에서는 음 변화에 대한 설명의 한계를 영어 음운사 연구자료를 토대로 하여 소개하고 1500년의 영어 역사상 중요한 모음 변화의 하나인 중세영어 열린 음절에서의 모음장음화현상을 여러 다른 이론의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아울러, 모음대추이와 관련된 음 변화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언어변화의 한 축(軸)으로 작용하는 유추변화를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비례식 변화로 유추를 설명하려고 한 전통문법학자들의 예와 유추를 문법변화의 입장에서 분석하려고 한 생성문법학자의 입장을 비교하면서 최적이론에 바탕을 둔 유추변화의 제약조건을 영어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유추변화는 역사언어학에서는 음운, 어형, 어결합, 어휘 등 언어의 모든 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언어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언어학의 전통적인 견해에 의하면 음 변화는 일정한 음성적 환경에서만 일어나기 때문에 규칙적이다. 그러나, 음 변화가 규칙성에서 벗어나면 모두 유추 아니면 차용의 영향으로 돌린다. Schmidt의 말을 빌리면 유추는 <최후의 도피 장소 ultimum refugium>인 셈이다. 이 장에서 미쳐 설명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있다면 유추에 관한 연구서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Kurylowicz(1945-1959), Anttila(1974), Manczak(1958, 1978, 1980) 등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꾸리오비츠는 유추에 관한 연구의 이론적인 선구자이며 최초로 유추의 변화의 조건을 분류한 학자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영어의 발음과 철자의 연계를 다루고 있는데, 한국영어영문학회에 게재된 영어학 논문 중에서 우수 논문에게 수여되는 재남상을 수상한 논문을 손질하여 정리한 글이다. 현대영어의 철자와 발음의 대응관계가 다양하고 복잡하여 영어를 외국어로 학습하는 학생들에게 영어의 철자체계를 더 잘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실험을 통해 모색하면서, 철자체계에 대한 영어발달사적 접근이 현대영어의 철자 이해와 학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가를 분석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예측한대로, 철자와 음의 대응관계에 대한 인식이 언어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한 셈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영어 역사음운론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위해 관련된 문헌을 무려 43쪽이나 소개하고 있어서 이 분야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주로 이 책의 내용과 체제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살펴보면서 필요할 경우 각 장 별로 부족하거나 보완해야할 점을 지적하였다. 책 전체를 통해 서평자의 머리에 언뜻 떠오르는 것은 책의 표지와 내용이 전공서적이면서도 마치 소설 책처럼 딱딱하지 않고 친근감을 준다는 점이다. 또한, 내용의 배열과 전개가 매우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서 마치 잘 포장된 도로 위를 달리는 기분이며 기술과 설명 또한 가감할 부분을 찾을 필요도 없이 알맞게 정리되어 있다. 오자, 탈자도 놀랄만큼 눈에 띠지 않는다. Great Vowel Shift도 번역자의 실수에서 오는 <대모음추이>가 아닌 <모음대추이>로 옮겨 놓은 점이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비록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영어의 음 변화과정에 대해 관심과 흥미를 가질만하다. 이 책이 저자의 첫 저서라는 점에서 저자가 그 동안 이 책에 쏟은 정성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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